회고 2023

작성일: Sun Dec 24 2023

스타트업 합류, 서비스 오픈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프로젝트 하나를 직접 오픈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완전 신생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되어, 2022년 9월부터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합류 시점의 코드는 어느정도 설계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기능 개발을 해내는 데에 집중했다. 해당 과정에서 겪은 기술적 이슈, 고민 등의 경험담은 언젠가 블로그에 썰을 풀게 된다면 좋겠다.

아무튼 합류한 지 약 9개월이 지난 6월 29일,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금은 누적 가입자가 5만 명을 넘어선 상태고, 최근 앱 개발자분이 합류해서 안드로이드 앱과 iOS 앱도 무사히 출시했다.

오픈 소감은, 오픈한지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얼떨떨한 느낌이다. 뛰어난 동료들이 태워주는 버스를 탔다는 생각도 있고, 내가 만든 기능을 정말로 누군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감사하고 부끄럽고 등등 다양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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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커뮤니티인 만큼, 작가님을 응원한다는 팬 분들의 댓글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일, 일, 일

첫 회사에서도 일을 적게 하진 않았지만, 이번 회사에서도 일을 꽤 많이 했다. 원래 IT 기업들은 다 일이 많은 것인지, 내가 일이 많은 회사를 찾아다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일복이 타고난 건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집에도 못 갈 정도로 (가끔 못 가긴 했음)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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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현충일 딱 하루 쉬었다.

일을 많이 한 주된 이유는 서비스 오픈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일정을 꼭 맞춰야 할 건 아닌데 책임감 때문에 괜히 좀 더 무리한 것도 있다.

일을 하면서 구현한 기능은 많지만, 스스로가 개발자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제 정의하고 해결책 제시하는 것 자체는 조금 익숙해졌는데, 기술적으로는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새해에는 좀 더 기술적으로 성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일은 조금 줄이고(과연?) 스터디, 개인 코딩의 양을 늘릴 생각이다.

아무튼 일을 하면서 배운 소중한 교훈들도 분명 있는데, 문제는 안좋은 기억력 + 귀찮음 의 콜라보로 인해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게 글또를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그러므로 보고 들은 걸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완전기억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글또를 시작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갑자기?)


제주도 혼행

10월에는 혼자서 3박4일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스케일 크게 해외로 나갈까 했으나, 혼자 여행하는 거는 처음이고 생각보다 돈도 별로 없어서 제주도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거지만, 설마 별 일 있겠어? 했는데 여행 처음부터 문제 투성이었다.

첫 문제는 비행기 탑승이었는데, 트립닷컴에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그렇게 트립닷컴에서 이메일로 보내준 E-Ticket 을 들고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탑승 직전에 갑자기 이 티켓으로는 탑승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항에 있는 항공사 직원이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다른 승객들은 다 비행기에 타고, 나만 비행기 문 바로 앞에서 유효한 티켓이라는걸 증명하려고 꽤 애를 먹었다.

두 번째 문제는 스쿠터였다. 혼다의 슈퍼커브 디자인을 좋아해서, 해당 스쿠터를 대여하려 했으나, 슈퍼커브가 기어를 수동으로 조절해줘야 하는 스쿠터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대여점 사장님이 몇 번 시험운전 하는거 보시더니, 자동 변속이 되는 못생긴 벤리로 바꿔주셨다ㅠ (사실 사장님과 벤리는 최고였다. 다음에 가면 또 이용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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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리와 함께한 시간이 있어서일까? 벤리도 귀엽다.


이외에도 첫 숙소를 섬 정반대 편에 있는 곳을 잡아버려서 3시간 내내 비맞으면서 스쿠터를 타고 숙소로 간 점 등등.. 여행 첫날부터 문제가 많았다. 결국 여행 내내 피곤해서 정적인 활동만 했다. 유일하게 동적인 활동은 새벽 바닷가에서 조깅을 한 것.. (이 때 노을을 보고 서울생활 다 때려치고 바닷가에 살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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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귀어를 고민하게 만든 노을


아무튼 정적인 여행만 했는데, 오히려 좋았다. 가만히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적당히 싫어하며, 어떤 삶을 원하는지 등등.. 앞으론 어떤 사람이 되겠어! 라는 거창한 다짐같은건 하지 않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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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라면 혼자 먹는것도 좋은 사람


스터디, 글또

연말에는 외부 활동을 두 개 시작했다. 사는 세상이 좁으니 시야도 같이 좁아지는게 느껴져서가 주된 이유다. 시야를 넓히는 것 자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해결될 것 같은데, 기왕이면 개발자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될 활동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터디와 글또를 선택했다.

내가 시작한 스터디 모임은 주말에 공부하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주말 모각코를 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CS + 알고리즘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스터디가 되었다. 주말에 모여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모임이라, 어떤 걸 공부할지는 유동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친밀도와 신뢰도가 건강한 피드백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일단은 본인 포함 4명인 소규모로 시작해봤는데, 생각보다 다들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친밀도도 빠르게 쌓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뿌듯하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글또는 앞서 가입 이유를 설명하긴 했지만, 선택하게 된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글을 잘쓰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점점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문서도 글이고, 코드 주석도 글이며, 조금 과장하면 코드도 글이다. 아래 표를 잠깐 보자.

글의 구성요소 프로그램의 구성요소
단어 변수
문단 함수
참고자료 외부 라이브러리

글과 코드는 닮았다. 글의 단어와 프로그램의 변수는 상식적인 것을 선택해야 하며, 문단과 함수는 하나의 주제(역할)을 담고 있어야 이해하기 쉽고, 글의 참고자료와 프로그램의 외부 라이브러리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잠깐 내용이 샜는데, 아무튼 글과 프로그램은 닮았으므로, 글을 잘 쓰면 개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또를 시작하게 됐다.


정리하며, 2024년 목표

정리해보니 2023년에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많다. 좋게 보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고, 나쁘게 보면 무언가 꾸준히 하는 일이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년 2024년에는 '꾸준함'을 키워드로, 올해에 벌려놓은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들을 주된 목표로 삼아보는게 어떨까 싶다.

  • 블로그 고도화하기 (백엔드 구축, 실험실 연재, ...etc)
  • 글또에 글 꾸준히 올리기
  • 꾸준히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하기
  • 코딩하는 시간 늘리기
  • 주말 CS 스터디 완주하기